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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어김없이 향기나는 꽃을 꺾어 자매들에게 선물하시는 로맨틱한 선교사님.)

 

1984년도. 태국으로 선교지가 결정되고 부흥회를 위해 잠시 들른 인도네시아 깔리만딴에서 그는 뜻하지 않게 큰 사고를 만났다. 차량이 전복되기까지 했던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감사하게도 목숨은 건지게 되었지만, 한동안 병원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지내는 내내 서부 깔리만딴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정글도시 신땅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때 당시 이미 태국으로 선교지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왜 갑자기 신땅 생각이 날까?’ 하고 고민을 했었지. 그런데 도무지 신땅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 누워 있는 내내 그곳은 하나님()의 땅, 새로운() , 믿음의() 이며 내가 가야 하는 땅이라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래서 선배 선교사님께 조언을 구했고, 이 마음이 부르심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지.”

그렇게 들어오게 된 신땅 생활은 시작하기 전부터 순탄치 못했다. 서부 깔리만딴 주의 주도인 뽄띠아낙에서 낡은 지프차를 한 대 구입해 신땅까지 들어오는 데만 무려 29시간이 걸렸다. 어린 아들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너무 무섭다고, 이제 제발 그만 가자고 하며 울부짖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신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들어와보니 쓰러질 것 같은 나무 판자집에 전기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더구나. 근처 개울에 가서 목욕하고, 호롱불에 의지해서 전기 없는 7년을 보냈어. 그 때 우리 가족의 소원이 뭐였는지 아니? 나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자는 거였고, 막내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 거였어.”

그러나 참담한 문명으로부터의 고립이 그를 더 무릎 꿇게 했고, 더 말씀을 깨우치게 했으며, 육의 눈으로는 불모지를 볼지언정 믿음의 눈으로는 하나님()의 땅, 새로운() , 믿음의() 임을 보게 했다. 그리고 그 내재된 힘이 지난 26년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전진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그 고통은 기쁨이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에서 난 또 사도 바울을, 그리고 예수님을 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선교사님은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꽃 사이를 누비신다. 깊숙한 정글 이 곳 저 곳에서 가져다 심은 각종 식물들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 에덴 동산의 전속 사진사이기를 자청하신 덕분이다.

 “저 꽃은 아침 10시쯤 가장 예쁜 모습을 가지고 있단다. 여기 이 아이(선교사님은 꽃을 아이라고 부르신다.)는 해 질 무렵이 되면 제일 아름다운 풍채를 보여주지. 모든 꽃들이 날 좀 봐주세요, 날 잊지 말아주세요, 하는 것 같아 그냥 지나가기가 미안해 이렇게 사진을 찍어준단다.”

 

 

그러나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 때문에 선교사님이 이 식물들을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바로 그 식물들을 돌보면서 각 아가페 식구들이 자신의 은사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배치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모든 꽃들은 다 개성이 있어서 어떤 꽃은 그늘을 좋아하고, 어떤 꽃은 햇빛을 좋아하지. 그늘을 좋아하는 꽃을 햇볕 밑에 가져다 놓으면 금방 죽지만, 그늘 아래 가져다 놓으면 얼마나 잘 크는지 몰라. 난 이 꽃들을 돌보며 리더의 역할을 생각한단다.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알맞은 자리를 찾아주는 것, Penempatan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Penempatan 덕분에 수 십 명의 현지 스태프들이 조화롭게 사역하여 아가페 선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아닐까.

 

인도네시아 깔리만딴 섬에 위치한 신땅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덕에 내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은, 자카르타에서 한시간 반을 날아가서 뽄띠아낙Pontianak이라는 도시에 도착해서, 그곳에서부터 기본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여서 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신땅 근처에서 대규모 팜 플랜테이션이 조성되면서, 비가 자주 와 지반이 약한 길에 덤프트럭들이 하루에도 수십대씩 지나다니는 바람에 날이 갈수록 길은 더더욱 망가져가고 있었다.

올해(2013) 8월에 선교팀과 함께 신땅에 들어갈 때에도, 가는 길이 너무도 많이 파여 우리가 버스를 타고 있는 건지,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안그래도 '참 문제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얼마 전 인도네시아 친구에게서 진정 '해학적인' 사진을 전송받았다.

 

사진 속 오토바위 위에 놓여있는 피켓에는 'Lomba Nangkap Lele di Kolam Jln Negara'라고 되어 있는데, 번역하자면 '국도에 위치한 연못에서 물고기 잡기 대회'쯤 될 수 있겠다.
구덩이가 깊게 파이고 비가 오면 마치 연못처럼 변해버리는 그 길에서 '물고기 잡기 대회'를 개최하여, 간디의 물레 못지 않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주 정부에게 망가진 도로에 대한 불평을 전달하는 깔리만딴 사람들의 지혜와 유머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잠시잠깐의 감탄은 뒤로하고,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이 현실에서 나는 대체 무엇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나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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