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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문 때문에 '쇼크 독트린'(나오미 클라인 저)이라는 책을 주의 깊게 읽고 있다. 그 중 책의 초반부에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서 잊지 않게 적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수도 없이 인도네시아를 다녔건만..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내가 부끄럽고 뭐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었다. 그는 IMF와 세계은행이 서구 다국적 기업들의 이득을 반영하는 단체라고 비난하며 탈퇴했다. 수카르노는 공산주의자가 아닌 민족주의자였지만, 약 300만 명의 활동적인 당원을 가진 공산당과 제휴해서 일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 정부는 수카르노 통치를 종식시키기로 결심했다. 상세한 기록에 따르면, CIA는 "상황과 적절한 기회를 봐서 수카르노 대통령을 제거하라."는 고위급 지령을 받았다.

여러 번의 실패 후, 1965년 10월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하르토 장군은 CIA를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한 뒤 좌파들을 처단하기 시작했다. CIA는 지도자급 좌파 인사들의 리스트를 수하르토의 손에 은밀히 쥐여주었다. 또한 미 국방부는 무기를 제공하고 무전기도 보내주었다. 수하르토는 군인들을 보내 CIA가 전해준 '저격 리스트'에 오른 좌파 인사 4,000~5,000명을 체포했다. ... 저격 리스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살인행위도 일어났다. 수하르토는 종교적인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인 학살을 시킨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한 달 동안에 '불과 수천 명에 의해' 최소한 5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살해되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교육을 받은 인도네시아 경제학자들이 버클리 마피아로 불리며 국가 미래의 경제적 청사진을 마련했다. 수하르토는 버클리 마피아 멤버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그리고 무역장관과 워싱턴 주재 대사를 포함한 주요 경제 요직에 앉혔다. 버클리 마피아는 정부가 국내 경제의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쌀 같은 기본 품목을 적정가격에 공급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광물과 석유자언을 원하는 외국 투자가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다. 결국 구리, 니켈, 목재, 고무, 석유 같은 인도네시아의 국가자원은 전 세계의 대규모 광업회사들과 에너지회사들이 나누어 가졌다. 

수하르토는 대중 탄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국가를 쇼크상태에 빠뜨려 저항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몇 주 전만 해도 국가의 독립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벌벌 떨며 수하르토와 심복들에게 권한을 내주었다. 수하르토와 버클리 마피아는 쿠데타 이전에 미리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이다. 쿠데타는 정적인 민족주의자를 없앤 데서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를 세상에서 다국적 기업이 활동하기에 가장 편한 환경으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