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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가 끝났다.

2014. 6. 26. 02:37 | Posted by 기뉴등장

숨가쁘게 달려온 나의 첫 학기가 끝이 났다. 붙잡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아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 이곳에 묶어 둔다.

3월

환경관리의 유구한 전통인 신입생환영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동기들은 매 주 두레문예관에서 모여서 춤&노래 연습에 전념했다. 뜻하지 않게 동기대표가 되었고, 덕분에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학부 시절과는 사뭇 다르게 대학원의 모든 행사에 참가했다. (허허) 신입생환영회 날, 완벽한 장기자랑을 교수님들과 선배들에게 선사했고, 윤순진 교수님의 노래를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홍종호 교수님은 다음 학기 신환회 때 섹소폰을 연주하시겠다 공언하였다. ㅎㅎ (기억할 것이다)

4월

슬슬 바빠졌다. 인도네시아 워크샵 준비도 해야 했고, 과제는 쌓여만 갔으며, 환경계획설계의 수원시 프로젝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밤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Universitas Diponegoro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2박3일동안 치열한(?) 워크샵을 열었고, 팀원끼리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5월

CJ강의가 종강되면서 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졌고,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에 남아있다가 집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인도네시아 기말 페이퍼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더불어 인도네시아에 실습을 가게 되면서 그 전에 모든 것을 다 해놓고 가야 한다는 압박에 정신 없이 몸을 굴렸다. 체력은 점점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함께한 15명의 학생들과 매우 친밀해졌다. 하나같이 성품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들이었다. 환대원 온 게 더 자랑스러워졌으며, 교수님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엄청난 학자이지만 소탈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인격적이시며 열정이 넘치는 우리 교수님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6월

병이 났다. 대상포진, 알러지 등. 연구실에서 3일 밤낮을 자며 공부하며, 제정신이 아니게 살았다. 근데 나 말고도 다들 이랬다. 어찌어찌 기말페이퍼는 써서 냈으나 쓰레기를 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음을 슬퍼하며 보냈다.

 

Overall..

나의 부족함과 철저히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깊이있는 사유를 하지 못하는 나. 중심을 꿰뚫는 질문을 던질 줄 모르는 나. 하나를 진득하게 붙잡고 늘어질 줄 모르는 나. 무엇보다도 공부 체질이 아닌 것 같은 나. 나의 부족함을 두 눈 뜨고 보는 것은 매우 괴로웠지만 동시에 유익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한 학기지만, 나는 소중한 친구들을 많이 얻었다. 같은 길을 걸어가기에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 동기 종강파티를 끝으로, 감사한 마음만 가득 안고 1학기를 마친다. Terima Kasih, Tu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