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쯤이었나. 허리춤까지 내려왔던 머리카락이 한 순간에 너무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예배 내내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교회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나가서 그 긴 머리를 단발로 확 자르고 돌아온 날의 개운함을 잊을 수가 없어 그 이후로 내 머리카락은 어깨를 지나 본 적이 없다.
무 자르듯 머리카락을 자른 그 날 이후, 나에게 있어 '시간이 지났다'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머리를 묶을 수 있다'가 되었다. 머리를 묶을 수 있을 만큼 머리카락이 자라면 다시금 내 마음이 콱 답답해지면서 미용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래야만 뭔가 내 인생에 필요 없는 것을 솎아냈다는, 그야말로 trim의 환희를 느낄 수가 있었다.
부쩍 뜨거워진 (항상 그랬지만) 자카르타의 열기 때문에 시원한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땀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묶는 것처럼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는데! 거뜬히 묶일 만큼 자라버린 내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아 답답하다! 맘 편히 내 머리를 맡길 만한 곳도 없는 이 곳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