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기뉴등장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느정도 끝이 보인다. 처음 인도네시아의 환경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후, 여기까지 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 아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정한 기쁨은 합격하고 나서 누려야 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 경험을 나눌 용기가 없어질 것 같애서 이렇게 글을 쓴다.

환경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실은 면접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해서 힘이 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 질문하시는 게 다르겠지마는, 나에게 하셨던 질문을 되짚어 가보자.

1. 2012년도에 졸업하고 gap year가 보이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가?

 나는 한국에서 2012년 8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알라스카로 가서 1년간 공부를 했었다. 교수님들께서 그 gap year에 대해서 무엇을 했는지를 궁금해 하셨다. (후에 카이스트에서 교수님들이 이런 코멘트를 하셨었다. Gap year가 있으면 아무래도 좀 '느슨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이러한 경우 이력서에 충분히 자신이 그 기간동안 해 왔던 일들을 반영하여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시 Gap year가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길.)

2. 알라스카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가? 그리고 그곳에 왜 갔는가?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너무 더워서 추운 곳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알라스카 일부 지역에서 아주 극심한 coastal erosion 때문에 자신의 homeland를 떠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고, 그에 따른 호기심이 나를 거기까지 이끌었다고. '자기소개서에 쓴 대로 정말 도전정신 하나는 뛰어나군!'이라고 말씀하시며 세 분의 교수님 모두가 '얘 좀 특이하군. 허허' 종류의 웃음을 터뜨리셨다.

3. Sustainable Energy in Occupational Endorsement Certificate을 획득하기 위해 이수해야 할 과목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왜 수학을 배우는가?

 알라스카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가 이수 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을 물어보셨는데, 그 중 수학을 왜 배워야 한다고 질문하셨다. 솔직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그 과정 후에 Technician이 되는 사람도 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랬으면 왜 배우냐고 물어봤어야지'라고 하셔서 좀 긴장했다. 그리고 이 때 제대로 대답을 조리있게 못했던 것이 오래도록 아쉬웠다. (아, 그리고 카이스트 면접에서도 역시 ' 이 과정은 풀타임 과정인가?'하고 내가 이수한 프로그램에 대해서 물으셨다. 단기 certificate 과정을 이수한 흔적이 있으면 그에 관련한 질문이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4. 실제로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Dr. Pavan Sukdev의 Put a value on nature라는 강의를 듣고 크게 감명받았다. 그 분의 주장은 환경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의 편익에 의해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 보니 자연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파괴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Make it visible 을 외치시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The Economics of Ecosystem and Biodiversity을 주창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경제학을 배우고 싶다고 학업계획서에 기술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면접장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렵지만 반드시 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뭐.. 교수님꼐서 어떻게 생각하셨을지는 모르겠다!

5. 환경의 실제 가치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환산했을 때에 그 가치가 저평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어서 받은 질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을 뿐 아니라, 나에게 근본적으로 환경경제학이 넘어야 할 산에 대한 주제를 던져주시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입시가 끝나고 나서 굉장히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그 당시에는 왜 나에게 이런질문을 하실까 ㅠㅠㅠ 어려워염 ㅠㅠ 이런 생각뿐이었지만 아주 발전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셨기에 지금은 정말 감사한다.) 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잘 못하고 그 부분이 경제학자들이 더 많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실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그 말에 대해서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자 윤순진 교수님께서 쉽게 풀어 설명해 주셨다. "예컨대 환경의 실제 가치가 100인데, 경제적으로 평가하면 20 정도 밖에 평가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그 간극에 대해서 설명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거야" 하시며.

순간이었지만, 와우. 쏙쏙 귀에 들어오는 설명..ㅎㅎㅎ (그 와중에 또 교수님의 티칭스킬에 감탄함.ㅋㅋㅋㅋㅋ)  

6. 법학 출신이고 학점도 매우 높은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법학을 하지 않고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가?

 이것 역시 솔직하게 답변했다. 아쉽게도 제가 학교를 다닐 때 환경관련 법학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실제로 그랬다. 우리 학교는 내가 졸업하고 나서 겨우 '환경법'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었고, 나는 수강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나의 모교를 좋아하지만 때때로 이런 한계(?)에 부딪힐 때 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법보다 정책이 좀 더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교수님께서는 이 부분에서 공감해 주시는 눈치였다.

뭐,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는..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붙든 안 붙든 관계없이 내 삶을 이끌어 가시는 Alawys so GOOOOD 하신 하나님을 믿고, 또 이 정보가 필요할 분들을 위해 감히 나누어 본다. 부디 도움이 되길!

 

P.S. 기쁜 추신을 남길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하게도 합격통지를 받았다 :) 환경대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떳떳하게'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