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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가 없는 공부

2019. 7. 23. 18:48 | Posted by 기뉴등장
어느덧 7월도 중반 문턱을 넘어섰네요. 여름방학의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한창 입시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학생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처음 만나서 본 (대부분 참담한) 모의고사 성적에 눈물 짓기도 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꼬마들이 어느새 시험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뿌듯하고요.

오늘은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진부하지만 새로이 깨닫게 된 '공부엔 왕도가 없다'는 문장에 대해 가벼운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일단 국악중을 지망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떤 친구들일까요? 대부분은 끼도 많고, 학교에서 임원도 하고, 친구관계도 좋고, 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은 그야말로 여러 면에서 'well-rounded'된 친구들입니다.

그러다, 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부분의 원석들이 아직 '시험형'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저를 만납니다.ㅎㅎ 처음 만남을 진행할 때, 저는 모의고사를 2회 보는데요, 보통 13개의 문제 중 3-4개 정도를 맞춥니다. 분명히 배웠던 내용이고, 내 머리속에 있는데 4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서 그 지식을 빼내 쓰려니 역부족인거죠. 마음이 약한 친구들은 울기도 하고, 특히 어머니들께서는 충격도 받으시고 그러세요.

앞 포스팅에서도 얘기했지만, 결국 제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그야말로 문제풀이 연습 뿐이지요. 모의고사 후 학부모님께 권하는 것은 동네 보습학원에 보내시거나, 과외를 하고 있다면 이러이러한 부분이 약하니 집중해서 봐달라고 한다거나, 혼자 해도 될 친구들은 문제집을 주당 1권씩 풀으라던가 하는 결국 학생들의 꾸준한 노력과 반복적인 학습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말들 이랍니다.

그런데, 시작은 비슷했던 친구들이 만남을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속도나 질이 엄청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냐구요? 매일매일 꾸준히 문제집을 푼 것 밖에는 없어요. (물론 매일 피곤함을 무릅쓰고 함께 학습상황을 체크해 주시는 부모님의 노고가 가장 특별하구요)

공부 초반에 느껴졌던 지식의 구멍들이 메워지고, 문제들이 익숙하게 느껴지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그 순간에 느끼는 희열의 주인공은 저도, 부모님도 아닌 학생 자신이예요. 아이들이 자신의 발전을 점수로 확인하고 수고한 부분에 대해 칭찬으로 격려받을 때 얼마나 충만한 기쁨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반대로, 학생은 천하태평이고 저와 학부모님만 몸이 달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친구도 간혹 있습니다. 시간이 거듭되도 실력은 제자리이고, 끌고 가는 저나 끌려 가는 학생이나 수업하는 두 시간이 지옥같아지는 것이지요.. (ㅠㅠ)

앞으로 딱 세 달 남았네요. 이 세 달이 13살이라는 짧은 인생에서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태웠던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아침저녁으로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