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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하다보면 여러 아이를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됩니다.

헤어지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선생과 학생의 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가 확인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에게 관대하지 않은 스타일입니다.

제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두가지입니다.

1) 꾸준히 문제집 풀기, 영어교과서 본문 외우기 등의 기초학습

2) 본인이 틀린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풀이를 되짚어 보는 오답노트 작성이 그것입니다.

그 최소한의 영역을 완수해내는 데 하루에 1시간 정도만 아이가 집중력 있게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음, 가창, 그리고 학교생활까지 아이가 완수해야 할 task 가 많고, 국악중학교 입학 시험은 그렇게 고난이도 시험이 아니라 '결손 없는 학습 상태'가 핵심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저에게 오는 학생이 이 최소한의 두 영역을 수행할 마음과 몸의 준비가 되어있었으면 합니다.

만약 '입시'라는 계기로 만난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천천히,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입시'라는, 아마도 아이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큰 허들이자 아이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는 엄청난 과제를 해결하고자 만난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그 과정은 쉽지 않고, 포기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스스로 도울 생각이 없는 아이를 제가 도울 길은 없습니다.

한 두 달은 시도해 보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누군가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는 입시는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입시를 시작하기 전, 부모님과 아이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자들에게 마음과 에너지를 많이 쏟는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적어도 아이를 향한 애착 및 안타까움과 입시를 대하는 진지함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게 어떤 모양새의 헤어짐이건 늘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고 쓰립니다. 아니,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