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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풍성한 10월의 결실을 위해 함께 걷는 과정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은 떨림이고, 두려움이고, 부담감이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는 즐거움입니다.

물론 수업 시간 중에는 온갖 협박과 고성으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기도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들들 볶거나 체벌 혹은 자존감을 자극하는 폭언 등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단기적으로 성적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한들 저는 그 방법은 평생 쓰지 않을 것입니다.

음악/무용의 길을 선택하고, 어린 나이부터 입시에 대한 중압감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의 옆에서 함께 뛰는 러닝메이트이자 선배로서, 이 입시 과정이 다시는 돌아보기 싫은 기억이 아닌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하루하루 느끼는 '자기효능감 폭발의 장'이 될 수 있게끔 아이를 격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제게 오는 아이들은 인성과 지성과 음악성이 두루 뛰어난 멋진 인재들이라, 그런 야만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도 저를 잘 따라와주었고, 의미있고 재미있는 수업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직 결과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1년이 입시멘토로서 좀 더 견고해질 수 있었던 한 해였기에 추억이 증발되기 전에 잡아봅니다.


1. 소중한 추억 - 추석특강

제게 오는 아이들은 성악, 무용, 기악이 골고루 섞여 있고 대부분 학원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개인레슨을 하고 있는지라 입시 과정에서 동료를 만나기가 조금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시험준비의 막바지에서 만나게 되긴 하지만, 3일간의 찐한 추석특강동안 서로 친해지고, 자극도 받고, 아주 인텐시브한 공부도 합니다. 물론 준비하는 제 몸은 너덜너덜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학부모님들의 만족도도 높은 시간입니다.

추석특강의 꽃은 간식과 식사시간입니다. 스트레스 받는 만큼 먹는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거든요. 평소에 부모님이 사주지 않으시는 음식들을 고르고,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고른 메뉴를 먹으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간식을 잔뜩 쌓아놓고 아이들을 사육(?)하다시피해서 무용반 아이들은 괴로워하고, 음악반 아이들은 포동포동해집니다.ㅎㅎ (선생인 저는 왜 포동해지는걸까요..?)


2. 새로운 시도 - Zoom을 통한 온라인 수업

지방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참 힘이 듭니다. 레슨이나 입시전문학원 등이 서울, 특히 강남에 몰려있기 때문에 길에서 많은 시간을 버리게 되지요. 국악중학교 입시전문학원을 찾기도 하지만, 자가학습을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하게 되니 학원에 자주 내방해야 해서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소진되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들이 대안을 찾다가 저를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학원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대면수업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아이가 제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평소 공부는 봐주지 않습니다. 대신 집 근처 보습학원, 공부방, 과외, 엄마표 공부 등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문제집 풀이 등 기본실력상승을 위한 공부를 반드시 시킵니다.) 이런 수업 방식에 균열이 가게 된 것이 바로 코로나였고, 도저히 만날 시간을 낼 수 없는 무용학원의 살인적인 수업 스케쥴이었습니다. ㅎㅎ

 

그렇게 시작된 zoom 레슨은 생각보다 순항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 형태의 강의가 아닌 모의고사를 풀며 '참여하는' 형태의 강의여서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zoom레슨을 하며 아이의 스케쥴이 허락하는 시간이 밤 늦게라면 그때라도 맞춰 강의할 수 있어 시간의 제약이 없어졌고, 코로나가 기승을 떨쳐 서울에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순간들에도 안정적으로 수업할 수 있어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습니다.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우니, 집중 시간이 현저히 짧은 아이같은 경우는 2시간 강의를 쪼개 1시간씩 여러 번 만나는 등 아이에 맞는 처방을 내리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아이패드 + Zomm 화이트보드 기능은 사랑입니다. 

앞으로도 개념정리를 위한 초반 1~2번은 대면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지방에서 준비하는 아이들은 zoom 수업쪽으로 제안을 드려볼까 합니다. 지방에 사시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못 받게 하는 것에 안타까워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3. 자신감 굳히기 - 오답노트와 마지막 수업

매년 하는 2순환 오답노트 만들기와 마지막 개념정리 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마지막 수업에서 자신감이 상승하는 것이 눈에 현저하게 보였기 때문에 너무 뿌듯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월까지 총 80세트의 모의고사를 풀고, 10월에 진입하면서 엄청난 양(?)의 숙제를 부여받습니다.

그동안 풀었던 모든 모의고사를 다시 한 번 푸는 '2순환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죠. 대신 한 번 봤던 문제이니 시간은 5분컷으로 맞춥니다. 이렇게 2순환을 통해서 아이들이 약한 부분이 다시 드러납니다. 저는 그 문제들을 다 모아 아이별로 오답노트를 만들어 word 파일 형태로 학부모께 제공합니다. 그렇게 끝끝내 모르는 문제를 다 해결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또한, 막판으로 갈수록 교과서와 만점왕에 더 집중합니다. 특히 영어교과서의 경우 5종 교과서의 5,6학년 본문을 모두 타이핑해 (죽을 뻔 했습니다 ㅋㅋ) 아이들에게 달달 외우게끔 했습니다. 국어와 수학은 만점왕 총정리로 하나하나 꼭지를 확인하며 관련된 문제와 지문을 복기하는 브레인스토밍의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이 방식의 좋은 점은, 아이들이 엄청나게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이쯤 되면 솔직히 모르는 지문이나, 문제유형은 더 이상 없거든요. 영어의 경우 문장 만드는 것도 굉장히 잘합니다. '너는 모르는 것이 없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있게 보고 와라, 내 새끼들은 다 천재다, 대체 니가 5-6학년 과정에서 모르는 게 뭐냐, 정말 없다' 등 아이들에게 특이한 버전의 온갖 칭찬을 퍼붓습니다.

시험날 새벽. 6시부터 모여 마지막 점검 후 들여보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시험 직전에 약 1시간동안 막판 정리를 할 공간을 대여합니다. 아이들 별로 자신의 오답노트, 개념정리 등 다양한 것들로 정리하다가 질문이 있으면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해결합니다. 이 마지막 점검 시간에 대단한 것을 한다기 보다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함께 열심히 하는 기운을 타서 맑은 머리에 초 집중해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고 무엇보다도 선생인 제가 버티고 있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매년 이 짓을 하네요.

쓰고 보니 무슨 장편 드라마를 정주행해 끝낸 기분입니다. 아직도 입시결과를 맘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모든 학부모님들께 '입시는 뚜껑열어봐야 아니, 실망도 기뻐도 하지 말고 기다리자'고 답합니다. 아이들, 학부모, 저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정말 하나님의 영역이지요.

올 한 해, 저와 함께했던 11명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가을에 있는 입시 덕에 추석은 항상 막바지 연습과 공부의 장이 되어버립니다. 
이변이 많은 올해도 참 시간은 잘 가서 어느덧 추석을 코앞에 두고 있네요.

너무 반가운 명절이지만, 한편으로 해이해지기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맛난 음식,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반가운 친척까지 그야말로 풀어지기 좋은 모든 조건을 갖추었죠.

그. 래. 서!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특강(이라 부르고 거의 semi 합숙에 가깝네요)을 열었습니다.

우리만 쓸 수 있는 공간을 빌려 연습-공부로 꽉 채운 추석을 기획해 보았습니다. 
혼자는 어려워도, 같이는 할 수 있으니까요.

멋진 초딩 6학년들 올해도 화이팅♡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국악중학교 입시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범위도, 문제 수도, 배점도 바뀌어 놀랐었던 상황은 귀여운(?) 수준이었네요. 

오늘 2021학년도 국립국악중학교 신입생 선발전형 안전관리 계획이 공지되었습니다. 
차근차근 같이 읽어보실까요? 

1. 확진자 응시 불가, 자가격리자 별도 응시 

이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 등교하여 시험보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뒤에 나오는 '원격 응시'라는 말 때문에 혹시나 집에서 시험을 보는 건 아닌가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등교 시험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유동적인 선발전형 일정

전형일정조차 조정/연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공포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시험장의 풍경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도권에 내려진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다면 실기전형 분산 실시 혹은 원격실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기악전공의 가창고사에 대해서만 원격실기 공지가 나와서, 성악(판소리, 정가, 민요)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실기전형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원격실기시험까지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3. 서류제출 방법 변경 

인터넷 접수 후 본교에 접수하는 일련의 과정은 변함이 없으나, 완료된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제출하는 방식만 바뀌었습니다. 꼼꼼히 확인하셔서 등기우편을 늦게 보내시거나 하는 일은 없으셔야 하겠지요. 

 

4. 면접 방식의 변화 

면접을 지도하고 있는 저로서는 가장 관심이 가는 정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던 구술면접 형태에서 서면면접으로 바뀐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목, 범위, 문항 수에는 변동사항이 없어 지금처럼 계속 연습을 시키면 될 테지만, 그동안 '구술'이라는 형태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연습했던 제 학생들이 안쓰럽고 안타까웠습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이렇게 입시방식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다함께 직면한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나름대로의 New Normal을 만들어내느라고 다들 참 고생이네요. 하루종일 바뀐 입시에 어떻게 전략을 바꾸어 대응해야할지 고민하고, 변화가 동반하는 pros and cons를 곱씹어보면서 보냈습니다. 

결국 면접이든 실기든, 더욱 더 단단한 기본기가 답인 것 같습니다. 이 혼란속에서도 될놈될이니, 내 새끼들을 '될 놈'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해봐야죠. 순간순간 저를 사로잡는 무거운 마음에 기도만 나오네요. 

+ 반가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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