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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악중학교에서 해금을, 국악고등학교에서 정가를 전공하고 대학을 인문계(법학 전공, 영문 부전공, 일반사회과목 교직이수)로 진학하였습니다. 보통 음악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하더라도 대학까지는 국악과로 진학하는 국악고등학교의 분위기에서 저같은 사례는 정말이지 드물지요.

각설하고, 이런 특이한 이력 덕분에 음악하는 친구들이 자신들의 제자를 저에게 맡겨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악계의 중학교 입시와 대학교 입시는 일반적인 과외와는 다소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 사이에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요.

올해는 어쩌다보니 국악중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맡게 되었고, 그간의 면접 문제들을 토대로 출제될 만한 좋은 문제들을 엄선하고 감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한 분의 문제출제 조교님(고려대 화학과 졸, 서울대 석사과정)과 감수위원(서울교대 졸, 초등교사)을 섭외하여 최강의 면접군단을 조직했습니다.

그 결과 면접이 어려웠다고 아우성치는 수많은 후기 속에서 당당히(?) 면접이 쉬웠다고 말하며 높은 성적을 거둔 저의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국악의 길로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제가 학부모 입장이 되어 생각해도 국악중학교 입시 면접 준비는 뭘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를 것 같아서, 앞으로 차근차근 포스팅을 해 나가면서 저도 나름의 정리를 하고 저의 입시면접 군단의 자신감도 뿜뿜! 보이고자 합니다.

 

 


2. 곰곰히 생각해보기

2017. 11. 5. 16:20 | Posted by 기뉴등장

근래 몇 주 동안 입양가족모임 카페에 가입하여 그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찬찬히 훔쳐 보았다. 그리고 입양부모들의 경험을 나누는 팟캐스트 입양톡 사랑톡을 들으며 같이 울고 웃었다.

한 아이의 세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입양이라면, 아이를 만나기 전에 내가 되고싶은 wanna be 부모상을 설정하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어른중심의 생각이구나 싶었다. 세상의 많은 남녀 중 내가 선택한 배우자는 ‘나에게 맞는, 그야말로 the exclusively customized person for me’였던 것처럼, 나도 내 아이에게 맞는 부모가 되어가고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또, 입양의 원리가 지극히 성경적이라는 것에 안도가 된다. 잡류인생이었던 내가 값었이 주님의 딸로 인침받음을 통해 새로운 인생이 열렸던 것처럼 입양도 그렇게 사랑의 문을 활짝 여는 것이라 너무 기대된다. 내가 받았던 overwhelming love가 차고 흘러 넘쳐 나에게 맡겨지는 아이들에게 폭포수같이 흘러가기를.. 그렇게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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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이다  (0) 2017.10.12

1. 시작이다

2017. 10. 12. 00:57 | Posted by 기뉴등장

아주 오래 전부터 - 아마도 고등학생 때- 나는 입양을 결심했다.

입양을 결심하게 된 것은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사명감에 넘쳐 엄청난 결단을 내린 그런 순간도 아닌, 아주 자연스럽고도 이상하지 않게 나에게 다가왔다.


배우자를 결정하고 만날 때도 이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내 남편의 감정이 해결되지 않은 채 아이를 덥석 안아들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아직 나의 입양이 현실화되기에는 아주 많은 관문이 남았다. 얼핏 생각해도 최소 2년은 지나야 부모가 되겠다고 신청하는 공식적인 절차에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바심이 났다. 그 전에 내가 해 놓을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입양에 대한 생각을 시부모님과 부모님께 나누고, 그에 대한 동의와 설득의 과정을 지나지 않고 급작스럽게 그들에게 손주를 이뻐할 것을, 나처럼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올 추석.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이가 생기면 하나만 낳고 둘은 입양을 할 계획이라고. 그리고 아이를 갖는 문제마저 "자연스러운" 방법을 벗어난 임신은 원하지 않는다고. 인공수정과 시험관 등 병원을 동반한 임신을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럴 경우 바로 입양을 할 예정이라고. 


어머니는 다소 얼떨떨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고, 아버지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셨다. 일단 고요한 우리의 관계와 그들의 기대에 작은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 파장이 성난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킬 듯이 다가올지, 혹은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잔잔히 퍼져나가는 울림처럼 내가 가는길을 따뜻하고도 고요하게 같이 걸어 주실지 모르겠다. 


친정엄마에게도 말을 꺼냈다. 엄마는 아이의 근본에 대한 것이 걱정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이 때 재빠르게 주워들은 말을 꺼냈다. 우리가 믿는 사람이라면 한 생명을 태초부터 하나님께서 계획하셔서 창조하시고, 누군가의 배를 거쳐서 나오는 것은 그저 세상에 나오기 위한 관문일 뿐 그게 누구인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나님의 DNA가 아이를 만들어 갈 것을 믿는다고. 


역시 나는 친정엄마의 마음에도 돌을 던졌다. 그러나 친정부모님은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는 자연스러운 부모됨의 길을 거부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구비구비 걸어가려고 하는 딸을 끝끝내 응원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가족이 별건가. 가족에 대한 정의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내 배 아파 자녀를 낳는다는 것이 가족됨의 혹은 부모됨의 필수적인 절차라 생각되지 않는다. 생명을 길러내는 귀한 일을, 내 배 아파 낳지 않은 생명까지 거두어 기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일을 내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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