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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후배들에게

2013. 11. 25. 10:39 | Posted by 기뉴등장

언젠가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지도교수님께 메일을 받았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짧게 들려달라고 하시기에 베트남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랴부랴 써서 메일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다른 학교는 해당되지 않지만, 나의 모교인 국민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꽤나 세세히 적어 보냈던 것이 기억나 흘려보내기엔 아까워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다.

교수님께

교수님~ 오늘 막 동남아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왔습니다. 부랴부랴 써서 보내는데, 이제 5학년 1학기를 다니는 마당에 신입생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 줄까.. 하다가 그래도 나름대로 특이한(?) 법대생으로 살고싶은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

저는 교직을 이수하고, 영어영문학을 부전공으로 하고 있는 선배입니다. 법대생의 정도(?^^) 인 고시준비에서는 다소 비껴있던 4년이었지만 혹여나 저처럼 넓은 세계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이 있다면 학교생활에 제 조언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1. 학교

교양 : 우리학교에는 '체험 뮤지컬'이라는 교양수업이 있습니다. 한 학기동안 여러 전공에서 온 학우들과 연습하고 호흡을 맞춰 공연을 올리는 수업인데, 정말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사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상당히 많이 빼앗기기(?) 때문에 저학년 때 수강할 것을 권고합니다!! :)

교직 : 2학년 1학기때 교직이수를 신청하고, 3학년 1학기때 교직이수 과정에 선발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선발과정은 성적순인데, 보통 교직이수자 정원이 전체학부 인원의 10%까지이기 때문에 1,2학년 때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2학년 1학기 때 교직이수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학부 중에 교직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차단되므로 꼭! 잊지말고 하시기 바랍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성적에 자신이 별로 없어도 일단 신청은 꼭 해 보세요)

복수전공, 부전공: 보통 법대학생 같은 경우는 요구되는 이수학점이 많기 때문에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할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계획적으로 시간표만 짠다면 얼마든지 복수전공, 부전공 이수 가능합니다. 특히 경영이나 영문과 같은 선호전공(?) 같은 경우 계절학기가 반드시 개설되기 때문에 졸업 때까지 계절학기만 잘 이용하여 집중해도 학위를 하나 더 딸 수 있습니다. 이왕 학교 다니는 것 좀 더 부지런 하게 하셔서 학원이 아닌 대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스터디그룹: 매 학기 학교의 교수학습센터에서는 스터디그룹의 활동을 지원해줍니다. 같은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3~5명의 학생들이 모여 스터디그룹을 만들고, 11주간의 학습보고서 , 최소 1번의 교수님 면담보고서, 최종 ppt활동보고서를 제출하면 모든 requirement를 충족하게 됩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과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교수님과 면담 등을 하면서 교수님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필기구와 간식 등 각종 지원 물품이 나오고, 우수 활동 조에게는 활동이 끝난 후 꽤나 큰 시상이 기다리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국민대장정: 국민대장정은 여름방학동안 국민대학교 학우들과 국토대장정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사정 때문에 번번히 참가하지 못했었지만, 참가했던 친구들이 모두 극찬하는 프로그램이니 후배님들께선 꼭 도전 해 보세요.

2. 국제활동관련

워크캠프 : 요즈음에는 국제교류활동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참가하기 쉽고 기본적인 워크캠프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www.1.or.kr 국제워크캠프기구에 접속하셔서 전세계의 캠프싸이트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만 한국참가비, 현지참가비가 이중으로 부담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다소 높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활동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참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형태의 국제교류프로그램이자 자비량 봉사활동프로그램이니 잘 활용해 보세요.

국가간청소년교류 : 여성가족부에서 매년 주최하는 교류프로그램입니다. 굳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제가 2011년 인도네시아 대표단 팀장으로 참가했었기 때문이죠 ^^ 봉사가 아닌 '청소년교류' 이기 때문에 상대국의 정부기관에 방문하고 고위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33개국을 대상으로 파견하는데, 2월말~ 3월초가 모집기간이니 잊지말고 www.iye.go.kr 을 방문하세요!

정부초청장학생 : 생각보다 외국정부의 장학생으로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저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초청장학생으로 1년간 언어를 공부하고 왔는데, 그 때의 경험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기회를 제공하니 http://www.niied.go.kr 국립국제교육원을 확인하세요 !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느정도 끝이 보인다. 처음 인도네시아의 환경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후, 여기까지 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 아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정한 기쁨은 합격하고 나서 누려야 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 경험을 나눌 용기가 없어질 것 같애서 이렇게 글을 쓴다.

환경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실은 면접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해서 힘이 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 질문하시는 게 다르겠지마는, 나에게 하셨던 질문을 되짚어 가보자.

1. 2012년도에 졸업하고 gap year가 보이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가?

 나는 한국에서 2012년 8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알라스카로 가서 1년간 공부를 했었다. 교수님들께서 그 gap year에 대해서 무엇을 했는지를 궁금해 하셨다. (후에 카이스트에서 교수님들이 이런 코멘트를 하셨었다. Gap year가 있으면 아무래도 좀 '느슨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이러한 경우 이력서에 충분히 자신이 그 기간동안 해 왔던 일들을 반영하여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시 Gap year가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길.)

2. 알라스카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가? 그리고 그곳에 왜 갔는가?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너무 더워서 추운 곳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알라스카 일부 지역에서 아주 극심한 coastal erosion 때문에 자신의 homeland를 떠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고, 그에 따른 호기심이 나를 거기까지 이끌었다고. '자기소개서에 쓴 대로 정말 도전정신 하나는 뛰어나군!'이라고 말씀하시며 세 분의 교수님 모두가 '얘 좀 특이하군. 허허' 종류의 웃음을 터뜨리셨다.

3. Sustainable Energy in Occupational Endorsement Certificate을 획득하기 위해 이수해야 할 과목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왜 수학을 배우는가?

 알라스카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가 이수 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을 물어보셨는데, 그 중 수학을 왜 배워야 한다고 질문하셨다. 솔직히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그 과정 후에 Technician이 되는 사람도 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랬으면 왜 배우냐고 물어봤어야지'라고 하셔서 좀 긴장했다. 그리고 이 때 제대로 대답을 조리있게 못했던 것이 오래도록 아쉬웠다. (아, 그리고 카이스트 면접에서도 역시 ' 이 과정은 풀타임 과정인가?'하고 내가 이수한 프로그램에 대해서 물으셨다. 단기 certificate 과정을 이수한 흔적이 있으면 그에 관련한 질문이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4. 실제로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Dr. Pavan Sukdev의 Put a value on nature라는 강의를 듣고 크게 감명받았다. 그 분의 주장은 환경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의 편익에 의해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 보니 자연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파괴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Make it visible 을 외치시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The Economics of Ecosystem and Biodiversity을 주창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경제학을 배우고 싶다고 학업계획서에 기술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면접장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렵지만 반드시 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뭐.. 교수님꼐서 어떻게 생각하셨을지는 모르겠다!

5. 환경의 실제 가치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환산했을 때에 그 가치가 저평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어서 받은 질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을 뿐 아니라, 나에게 근본적으로 환경경제학이 넘어야 할 산에 대한 주제를 던져주시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입시가 끝나고 나서 굉장히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그 당시에는 왜 나에게 이런질문을 하실까 ㅠㅠㅠ 어려워염 ㅠㅠ 이런 생각뿐이었지만 아주 발전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셨기에 지금은 정말 감사한다.) 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잘 못하고 그 부분이 경제학자들이 더 많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실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그 말에 대해서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자 윤순진 교수님께서 쉽게 풀어 설명해 주셨다. "예컨대 환경의 실제 가치가 100인데, 경제적으로 평가하면 20 정도 밖에 평가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그 간극에 대해서 설명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거야" 하시며.

순간이었지만, 와우. 쏙쏙 귀에 들어오는 설명..ㅎㅎㅎ (그 와중에 또 교수님의 티칭스킬에 감탄함.ㅋㅋㅋㅋㅋ)  

6. 법학 출신이고 학점도 매우 높은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법학을 하지 않고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가?

 이것 역시 솔직하게 답변했다. 아쉽게도 제가 학교를 다닐 때 환경관련 법학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실제로 그랬다. 우리 학교는 내가 졸업하고 나서 겨우 '환경법'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었고, 나는 수강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나의 모교를 좋아하지만 때때로 이런 한계(?)에 부딪힐 때 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법보다 정책이 좀 더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교수님께서는 이 부분에서 공감해 주시는 눈치였다.

뭐,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는..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붙든 안 붙든 관계없이 내 삶을 이끌어 가시는 Alawys so GOOOOD 하신 하나님을 믿고, 또 이 정보가 필요할 분들을 위해 감히 나누어 본다. 부디 도움이 되길!

 

P.S. 기쁜 추신을 남길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하게도 합격통지를 받았다 :) 환경대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떳떳하게'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감사!

 

환경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나는 즐거운 만남들을 많이 경험한다. 몇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나고, 같이 일했던 오빠가 내가 가고픈 학교에 재학중이어서 많은 정보를 주고, 미국에서 만났던 분이 알고보니 교수님이셨고.. 

더불어, 이 세계는 오밀조밀 촘촘히 잘도 이어져서 서로서로 다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걷는 이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곳곳에 얼마나 많이 배치해 놓으셨는지.. 그리고 함께 힘내면서 걷게 하시는지.. 참 감사함으로만 걷게 된다.

이래서 인생이 재밌다. 이래서 나는 삶에 대하여 비관적인 관점을 당최 가질 수가 없다.